지난 21일 오후 7시 30분. 이사벨 민(47)씨는 서울 명동의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치며 서둘러 명동 중심에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민씨가 도착한 곳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이하 서울관광센터)'. 문 앞에 'ㄴ'이라 적힌 10평짜리 강의실이 있었고, 강의실에 들어선 민씨는 먼저 와 있던 외국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민씨가 프로젝터 전원을 켜자 강의실 전면에 'Cultural Views 2011'라는 글자가 떴고, 강의실에 앉은 외국인 10여명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 지난 21일 서울 명동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일상의 이해’수강생들이 수업 후 자리를 함께 했다. 이수나 글로벌문화관광센터장은 “문화 차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에게 강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 제공 

다문화 강연 전문가인 민씨는 수업 '한국 일상의 이해(Cultural Views 2011)'를 담당하고 있다. 민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고교 때까지 살다 한국으로 건너왔으며,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이 수업은 지난 5월 서울시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상에서의 한국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해 개설했다. 한국에서의 쇼핑, 식사예절(Dinning), 한국의 가족문화(Family & Home), 교통수단(Transportation) 등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지난 21일에는 '한국의 직장문화(At Work)'를 주제로 서양과 다른 한국직장의 특징, 일하는 방식, 조직 내에서 동료 또는 상사를 대하는 태도,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다뤘다. 마지막 강연인 6번째 강의는 '한국인들의 사교문화와 네트워킹(Socializing & Networking)'을 주제로 다음달 24일 열린다. 강의에 출석하는 외국인 중 절반 정도는 한국주재원이 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가정주부다. 나머지 절반은 외국어학원 강사, 유학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민씨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도로에서 접촉사고가 나면 한국인은 종종 차에서 내려 '내가 네 아버지뻘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예를 들었다. 캐서린(캐나다·46)이라고 이름을 밝힌 수강생은 "저는 그러면 바로 '그래서요(So what)?'라고 말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민씨는 한국사회의 '유교 문화'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나 '사농공상(士農工商)' 같은 유교문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민씨가 "'관계'에 따라 역할과 도리가 명확히 밝혀져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도 가려서 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씨는 "한국사람들은 민망하거나 잘못한 상황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들은 이 경우 '왜 잘못해놓고 웃는 거지?'라고 생각한다"며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과 오해를 풀기 위해 '문화통역'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는 외국인 수강생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외국인 수강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 살면서 강의주제와 관련해 겪었던 일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수업 중 미처 하지 못했던 질문을 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에 온 지 3년 됐다는 초등학교 영어교사 다이앤(47)씨는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일 중 속으로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말하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한국인 동료 교사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독일인 베라 호흘라이터(32)씨는 다섯 번 강의에 모두 출석한 '모범생'이다. 그녀는 "매우 바쁘지만 한국생활에 많은 도움이 돼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다"며 "벌써 다음이 마지막 수업이라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는 뒤풀이까지 다해 오후 10시가 넘어 겨우 끝났다.

이수나 서울관광센터장은 "강의를 들은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이런 강의가 널리 알려질수록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의 (02)3789-7961, 서울글로벌센터 홈페이지(global.seoul.go.kr)

김지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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